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래된 물건에 얽힌 추억

by volman0702 2026. 8. 30.

 

흔한 오해를 깨며

어릴 적 다락방의 보물찾기

우리 집 낡은 장롱 안쪽, 늘 삐걱거리던 문을 열면 희미한 먼지 냄새와 함께 옛날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거든요. 특히 여름날이면 땀 흘리며 다락방 창고를 뒤지는 게 우리 자매의 낙이었어요. 퀘퀘한 나무 냄새, 묵은 종이 냄새가 뒤섞인 그 공간이 마치 보물섬 같았죠.

 

어느 날, 낡은 상자 속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요. 아마 제 초등학교 입학 사진이었을 거예요. 지금 제 모습을 보면 상상도 못 할, 촌스러운 머리 모양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더라고요. 그 사진을 보면서 '아, 이때 나는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제 기억 속에는 희미한데, 사진은 고스란히 그 순간을 붙잡고 있었던 거죠.

 

버려진 줄 알았던 물건의 귀환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인형이 있었어요. 이름은 ‘솜뭉치’. 솜이 다 빠져서 볼품없어졌지만, 이불처럼 폭신폭신한 감촉 때문에 잠들 때마다 꼭 안고 잤거든요. 그러다 이사 갈 때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너무 낡아서 버려졌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어른이 되고 나서도 문득문득 ‘솜뭉치’ 생각이 날 때가 있었는데,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죠.

 

몇 년 전, 친정집을 대청소하다가 앨범 하나를 발견했어요. 앨범을 펼치니 꼬맹이 시절 제 모습과 함께 낡은 ‘솜뭉치’가 찍힌 사진이 있는 거예요. 그 옆에 적힌 메모를 보니, 외할머니께서 제 생일 선물로 직접 만들어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잊고 살았던 그 물건에 얽힌 소중한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저는 ‘아, 물건은 사라져도 기억은 이렇게 살아 숨 쉬는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기억의 조각들, 어떻게 간직할까

사진첩 vs. 디지털, 뭐가 더 좋을까

사람마다 오래된 물건을 간직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저는 솔직히 사진첩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주는 묘한 감성이 더 좋아요. 손때 묻은 종이를 만지면서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거든요. 친구 집에서 앨범을 넘겨보다 보면, 앨범 자체에서 풍기는 오래된 냄새가 마치 추억을 소환하는 마법 같더라고요.

 

물론 디지털 사진도 편하죠.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요. 하지만 저는 가끔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이 과연 수십 년 뒤에도 나에게 똑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오히려 소중함을 덜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가끔씩 제 추억이 담긴 사진 몇 장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두곤 해요.

 

물건 자체가 주는 힘

저에게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쓰시던 낡은 놋수저 세트가 있어요. 물론 지금은 다른 수저를 쓰지만, 가끔 그 놋수저를 꺼내 만져보면 할머니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때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이야기가 떠오르곤 하거든요. 그 수저 자체가 마치 살아있는 증거처럼 느껴진달까요.

 

친한 친구 중에 옛날 LP 판을 모으는 친구가 있어요. 처음엔 '이걸 왜 모을까?' 싶었는데, 친구가 LP 판을 틀어놓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지직거리는 소리, 앨범 커버를 넘겨보면서 듣는 음악이 주는 깊이가 있더라고요. 분명 같은 노래인데도, LP 판으로 들으면 뭔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때 '아, 물건 자체에 깃든 시간과 정성이 그런 힘을 주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나만의 추억 저장소 만들기

나에게 의미 있는 '그 물건'은 뭘까

저는 예전에 쓰던 일기장이나 편지 같은 건 과감히 버리는 편이에요. 너무 개인적이고, 다시 봐도 굳이 펼쳐보고 싶지 않달까요. 대신 저에게는 ‘의미 있는’ 물건들이 몇 가지 있어요. 예를 들어, 처음으로 월급 받아서 산 책이라든지, 여행 가서 엽서 대신 사 온 작은 소품 같은 것들이요.

 

이런 물건들은 특별한 장소에 고이 모셔두기보다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는 편이에요. 책상 한 켠에 두거나, 자주 쓰는 수납함 위에 올려두거나요. 그러다가 문득 그 물건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스르륵 떠오르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거창하게 박물관처럼 보관할 필요 없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추억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결국 오래된 물건은 결국 ‘기억’을 꺼내는 열쇠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은 저에게 놀라운 기억을 되살려주고, 어떤 물건은 ‘이런 나도 있었지’ 하고 되돌아보게 하더라고요. 물건 자체가 소중하다기보다는, 그 물건에 얽힌 제 삶의 조각들이 저에게는 보물이랍니다.

 

#오래된물건 #추억 #기억 #물건 #사진 #앨범 #추억소환 #아날로그 #디지털 #나만의추억